누나구렁이/시력회복에 대한 논의

시력회복하면서 가장 힘든건 훈련이 아니다.(일기)

구&구 2016. 3. 13. 02:41


시력회복을 위해 하는 '훈련'은 쉽지 않다.

훈련이 아프거나 힘들어서 쉽지 않은 게 아니다. 사람이 한가지를 꾸준히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 본래 어렵기 때문에 훈련 또한 힘들다. 헬스 또는 요가 같은 것을 6달 끊어놓고 주3회 이상 꾸준히 하는가?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라. 그것이 쉬운 일인가? 그것이 쉬운 일이라면, 그 정도 끈기와 인내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정!!



똑같은 사람이라도, 똑같은 운동이라도 목표의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내가 반드시 몇 kg을 빼겠다. 뚜렷한 목표가 있을 때 정말로 6개월의 운동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력회복훈련의 경우는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내가 몇 디옵터까지는 만들겠다 하는 목표를 잡는 경우도 없고, 내가 최소한 6개월은 매일매일 하겠다 하는 목표도 세우지 않는다. 그 정도로 절박하게 시력회복이 필요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당장 6개월 후에 시력이 몇 디옵터가 되지 않으면 당신은 불합격입니다.' 라는 과제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반드시 해낼 것이다. 하지만 시력 때문에 불합격 되는 직업은 아주 드물고, 생활의 불편함은 안경과 렌즈와 수술로 해결된다. 우리는 그리 절박하지 않고, 절박하지 않은 일을 꾸준히 할만큼 대단히 끈기 있지도 않다.



그러나 희망차게도 모든 일은 습관의 궤도에 올라서면 꽤 할만해진다. 나는 헬스를 처음 시작할 때 그곳에 가는 것이 너무너무 싫었다. 억지로 억지로 친구의 손에 끌려 가면서 친구가 출장가는 날만 기다렸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다. 허전해서도 가고, 몸이 찌뿌듯해서도 가고, 뭐 몸매를 유지하고 싶어서도 가고, 친구가 없어도 간다. 



마찬가지이다. 시력회복훈련도 습관이 되고 나면 할만해진다. 구석구석 살펴보면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오늘은 이 글자가 이렇게 보이는구나. 어제보다 1cm 더 멀리서 글자가 보이는구나." 심지어 헬스처럼 몸이 아프지도 않다. 누워서 해도 되고. 티비보면서 해도 된다. 휴식하는 시간에 하면 된다는데 뭐가 그리 어렵겠는가!





진짜 어려운건 '환경 유지하기'이다.



훈련 그까짓거 30분이면 30분, 2시간이면 2시간, 내가 하고싶은 만큼 하면 되는거다. 빠지고 싶으면 빠지기도 하는거다. 



근데 정말 문제는 시력회복훈련의 기본 '환경 유지하기'이다. 

여기서 말하는 '환경'은 한마디로 '저도수 안경 낀 상태'이다. 훈련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고도수의 안경을 끼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 2시간 훈련을 했는가? 그리고 2시간 고도수 안경을 꼈는가? 그럼 내 2시간 훈련은 없던 일이 된다. 



내 경험의 기록을 조금 남겨두겠다. (나는 5.5디옵터를 끼고 0.8도 겨우 볼까말까인데도)

 - 5.5디옵터를 3일동안 꼈을때, 정말로 억울함을 느낄 정도로 시력이 퇴화했다. 이것은 훈련을 해도 하루만에 회복되지는 못했다. 며칠이 지나서야 괜찮다. 

 

 - 5.5디옵터를 끼고 티비 3시간 보는 것 정도는 괜찮다. 헬스 3시간도 괜찮았다. 내 입장에서 1m를 넘어서는 물체를 보는건 그래도 괜찮다. 하지만 끼기 전보다 흐려졌음을 체감한다. 이것은 훈련 30분 하면 커버할 수 있다.


 - 5.5디옵터를 끼고 스마트폰을 하면 20분 넘어서면 바로 반응 온다. 30cm 거리에 있는 물체를 5.5디옵터 안경을 끼고 본 것 자체가 미친짓이다. 


 - 5.5디옵터를 끼고 노트북을 하면 1시간 하면 반응 온다. 이것 또한 블로그 글 쓸 때말고는 자제한다. 그래도 하루에 잠깐잠깐 이렇게 높은 도수를 끼는 건 하루의 훈련으로 커버 가능하다.   




어쨌든 '저도수 안경 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세상에 몇이나 있겠는가? 직장을 다니는 순간, 내 시각에 책임을 져야하는 나이가 되는 순간 암울해진다. 줄 하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회사에서, 사람의 표정을 자세히 살펴야하는 사업에서 어떻게 저도수의 안경을 끼고 다닐 수 있겠는가. 




그래서 지금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성공 후기는 프리랜서, 주부, 취준생, 학생인 경우가 많다.   



학생은 공부를 하는 중이니 훈련에 불리하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책을 볼 때는 책까지만 딱 보이는 저도수의 안경을 끼면 되고, 칠판을 볼 때는 칠판까지만 딱 보이는 안경을 끼면 되고, 나머지 시간엔 벗고 있으면 된다. 내가 흐리게 본다고 무슨 문제가 생기지 않는 나이이다. 글자가 흐리게 보이면 천천히 읽으면 되고 친구를 못알아봤으면 친구가 불러주면 된다.




시력회복 훈련에 유리한 시기는 많지 않다. 눈이 안보여서 하는 실수들이 문제가 되지 않는 나이. 나에게도 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이 조급하다. 회사에서 5.5를 10시간 내내 끼고 있다가 집에와서 훈련 2시간을 꼬박 해야한다? 2시간을 훈련하면  겨우 오늘하루 나빠진 눈을 원상복귀 시키는 수준이다? 그건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훈련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고등학생, 대학생, 취준생이다. 



사실 100점짜리 정답은 초등학생이 눈이 조금 나쁠 때 바로 훈련을 해서 좋은 시력으로 만들고, 그 훈련을 어른이 될때까지 해서 좋은시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무조건 좋은 시기라 할 수 없는 이유는, 그 친구들이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엄마가 백날 시금치 먹어야 키큰다 해봐야 걔네는 키가 크면 왜 좋은건지도 공감하지 못하고 시금치도 안 먹는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시력회복훈련 중 가장 힘든건 '저도수 안경 낀 상태 유지하기'이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환경이 유리할 때, 여건이 도와줄 때 훈련을 시작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