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구렁이/시력회복에 대한 논의

고배율캡이 항상 고효율인 것은 아니다.(일기)

구&구 2016. 6. 5. 12:57


보라매눈 구성품에는 끼웠다 뺐다 할 수 있는 캡이 4개 있다. 이 중 난시용 빗금캡, 점캡 말고 축소용 캡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용설명서에서는 이를 '축소용캡'이라 부른다. (현재 보고있는 사물보다 작은 상을 원할 때 사물을 보다 축소시킬 수 있도록 제공된 렌즈. 그냥 보라매눈은 5배 정도, 축소캡을 씌운 보라매눈은 8배 정도 상을 축소시킨다.)




보라매눈은 맨눈으로 볼 때보다 훨씬 축소된 세상을 보여준다. 시력회복이 가능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축소시켜 보는 것이 멀리있는 것을 보는 효과를 내고, 초점을 맞추는 훈련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작으면 작을수록 훈련 효과가 좋다. 이론적으론 그렇다! 




하지만 실제는 조금 다르다. 축소용캡이 항상 효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특히 근시가 심한 사람이 여기에 해당한다. 




고도근시인들은 아무 것도 끼우지 않은 보라매눈만으로도 충분히 축소된 세상을 본다. 플레인한 보라매눈을 가지고 디옵터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다. 그런데 여기다 1/20축소율을 가지는 렌즈를 끼우면? 아예 볼 수가 없다. 




이는 집중력과 끈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보겠다는 의지를 아무리 강하게 가져도 내 눈이 절대 초점을 맞춰내지 못한다. 이 경우 더욱 문제는 "내가 지금 집중하고 있으니 훈련이 되고 있는거다"라고 착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도 내 자신이 훈련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며칠 뒤 결과물이 말을 해줬다. 축소캡 훈련 며칠간, 나는 시력회복이 전혀 되지 않았다. 




오늘 글을 '축소캡이 별로더라'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안된다!! 축소캡은 매우 좋은 도구이다. 하지만 나같은 초고도근시인들에게는 아직 올라갈 수 없는 단계라는 의미이다. 시력은 절대 1층에서 5층으로 한번에 올라가지 않는다. 20층이 꼭대기라고 한다면 내 입장에서 축소캡은 15층쯤 되는 단계이다.  




8개월 훈련을 하면서 느끼는 바가 있다. 시력회복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보라매눈 훈련을 하는 모든 사람이 1층부터 20층을 차근차근 밟는다. 다만 1층에 머무는 시간, 2층에 머무는 시간, 3층에 머무는 시간……이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마다 훈련에 투자하는 시간, 집중력, 눈을 나쁘게 쓰는 습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쨌든 시력회복의 속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날지언정 단계를 건너뛰는 경우는 없다. 




오늘 일기를 통해 방문객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한 계단, 한계단씩 올라가라!"

이는 훈련 전체를 차근차근히 보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오늘! 지금 하는! 훈련을 한 계단씩 올라가야한다는 의미이다.




난시캡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디옵터를 확 빼서 난시캡의 빗금들이 하나도 안 보이는 수준에서 훈련하는 것보다, 가로세로 빗금이 미세하게 보이는 수준에서 훈련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 내 수준에서 1계단, 2계단 정도를 올린 수준으로 훈련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한꺼번에 3계단 이상을 오르면 눈이 상을 잡지를 못한다.




훈련이 내 '마음과 의지'만으로 하는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눈에게 동의를 구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나 지금부터 이걸 노력해서 볼 건데... 나 집중하고 있을테니까 너 한번 해볼래?"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면 눈이 상을 잡는다. 내가 아무리 명령을 내려도 눈이 현재 능력밖의 일까지 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한 계단 위의 일부터 눈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 훈련 Tip

시간을 꽤 투자하고, 집중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훈련효과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면 '난시빗금 캡'을 사용해보라. 난시빗금캡을 난시훈련 때만 쓴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내 눈의 디옵터보다 낮은 디옵터에 맞추면 근시훈련이 된다.



1. 그럭저럭 내 눈의 도수에 가까운 때  ▦  이런 네모들이 보인다고 하자.

2. 거기서 도수를 낮추면 안보이는 것이 많아져  ▥  이렇게 듬성듬성하게 보일 것이다.

3. 거기서 더 도수를 낮추면 선이 아예 사라져  □  빈 공간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 지금! 지금이다!! 지금부터 이 빈 공간 속에서 선을 하나라도 찾아 보자. 



이 빈 공간에서 선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훈련이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대신 이 방법은 '내가 지금 집중하고 있는지 아닌지, 상을 잡아내고 있는지 아닌지'를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잠시 딴 생각을 해버리면 바로 빈 공간 □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빈 공간만 보는 것은 훈련을 제대로 하고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3번의 훈련이 익숙해지고, 상을 맞출 때 눈에 어떤 오묘한 느낌이 나는지 알게 되었다면!! 2번 수준에서 훈련을 해도 좋다. 2번 훈련은 3번 훈련보다 쉽기 때문에 더 높은 효과를 가질 수 있다. 다만 집중을 안해도 ▥ 요정도가 보이기 때문에 집중을 놓쳐도 알아채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자기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