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 2018. 8. 19. 22:45




나는 '식물 전혀 모름' 사람인데 아레카야자를 데려오게 되었다. 이왕 키우는 거 정말 잘 키우고 싶어서 인터넷에서 글 30개는 찾아 읽은 것 같은데... 다들 잘 키워내서 이미 멋있는 완성 야자이거나, 잎 끝이 타면 어떻게 하라는 등의 일반론 텍스트였다. 그래서 직접 실패담(?)을 쓰면서 관찰일기를 쓰려고 한다. 나와 같은 증상으로 아레카야자를 죽여가는 사람이 있다면 ㅋㅋㅋㅋ 살려내보자고ㅋㅋㅋㅋㅋ




[사진1: 사진 중앙, 새로운 줄기를 올리고 있는 아레카야자]


1. 일단 아레카야자는 선인장처럼 키우기 쉬운 식물은 아니다. 식물 고수들 입장에서 쉬운 식물인 것 같다. 

2. 아레카야자는 '통풍'이 중요한 것 같다. 물도 물이지만 바람이 들지 않는 방에 배치했더니 정말 오늘내일 하는 모습이 되었더라. 그래서 거실에 추천하는 식물인가보다. 

3. 나는 집에서 최소 주1회, 보통 주2회 물을 주고 있으니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다.




[사진2: 아직 뻗어나오지도 않은 아기 줄기]


4. 새로운 줄기는 원래 있던 엄마 줄기에 딱 붙어서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나다가, 어느 정도 길어져 나오면 벌어지면서 자기의 길을 간다.

5. 그래서 분수처럼 하나의 줄기에서 3~4줄기가 나와서 나무를 이루는 모양이 된다. 

6. 텍스트에서 배웠지만 줄기의 점박이 무늬는 원래 아레카야자의 특징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진3: 줄기가 자라서 잎이 달렸으나, 아직 한몸처럼 붙어있다.]


[사진4: 붙어있던 잎들이 떨어져서 보통의 아레카잎처럼 쫙 펼쳐졌다. 어른 잎과 비교하면 연두색. 완전히 자라면 짙은 초록색이 된다.]


7. 이러한 새로운 줄기+잎 나기 과정이 반복되면, 하나의 모줄기에서 4~5개의 줄기가 달려있게 되는데 이 때 가지치기를 고민하게 된다. 

8. 첫번째, 예쁘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 데려올 때 있었던 키가 큰 줄기에 제각각 키가 다른 줄기들이 붙은 모양이 되는데, 그러면 나무가 시원하게 쭉쭉 뻗은 깔끔한 느낌이 없어지게 된다. 특히 잎을 뻗고 있는 방향이 줄기끼리 서로 등지게 될 때가 있다.

9.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음이 너무 아파서 ㅠㅠ 가지치기를 왠만하면 하지 않는데 가지치기를 안하면 성장에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진5: 잎끝이 탔는데, 진흙색을 띠고 심하면 검은 점박이 무늬가 들면서 잎 끝이 말라있다.]


10. 이 사진이 '과습'에 의한 잎 끝 마름(난 키우는 사람들이 잎 끝이 탄다고 표현함)이다. 물을 너무 자주 줘서 뿌리가 과습상태일 때, 또는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서 뿌리가 썩어갈 때 생기는 증상이다. 

11. 이게 가지치기를 해야하는 두번째 진짜 이유이다. 줄기가 많아서 야자 전체적으론 물이 부족한데 그래서 물을 자주 주면 흙에서 물이 마를 날이 없어 과습이 된다. 키 큰 줄기를 살리려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 꺼이꺼이 ㅠㅠ

12. 일단 뻗어나온 부분을 잘라내고 나면 자른 부분부터 시작해서 그 줄기의 시작점(흙) 방향으로 점차 잎이 흰갈색으로 말라간다. 다 마르면 낙엽처럼 되므로 줄기 전체를 떼어낼 수 있다.  




[사진6: 수분부족에 의한 잎 끝 마름]


13. 최선을 다함에도 불구하고 아레카야자의 잎 끝은 마른다ㅜㅜ 내가 물을 제때 주는 것과 별개로 물이 잎 고루고루에 전달되는 문제는 나무가 하는 일이니까?  그리고 공중습도를 내가 컨트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집이 건조하지 않게 만드는 것에 가습기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아레카야자가 원하는 습도를 항상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14. 이것이 아레카야자를 키울 때 가장 힘든 점이다. 잎이 시들시들한 것 같아서 물을 많이 주면 과습이 되어버리고, 물을 줄이면 잎 끝이 마르고... 마음이 아프고 ㅜㅜ 

14. 저번에 어떤 글에서 아레카야자 같은 계열의 나무는 아무리 잘 키워도 기본적으로 잎 끝이 마른다고 해서 큰 위로가 되었다. 단, 마른 부분을 잘라내지 말라고 했다. 나는 마른 부분만 잘라내는 경우는 없고...정말 가능성 없는 잎을 통째로 자르기는 한다.



15. 내가 야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잎에 분무를 자주 해주는 일이다. 공중습도는 조절 못하니까 분무기라도 맞으렴. 

16. 아레카야자는 직사광선에 두면 안된다. 잎이 탄다. 창문을 거쳐서 들어오는 간접광이 좋다고 한다. 거실에 평소 드는 자연광 정도면 괜찮았다.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볕이 많이 드는 곳과 음지 중에 택해야 한다면, 차라리 음지가 낫다. (요번에 에어컨 바람 때문에 아레카야자를 조금 창가 쪽으로 옮겼는데 잎이 말라서 다시 음지 쪽으로 옮겨주었다.)

17. 내가 직접 관찰하고 추론한 것이므로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다. 댓글로 알려주시면 본문에 추가하겠다. 아레카야자야 건강하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