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시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일기)
지금 시험이 임박해서 회복훈련을 멈춘 상태이다. 거기다가 이삿짐 정리하느라 -5.5끼고 3일 내내 옷장 물건, 책장 정리 등 가까운 물건 보기만 했더니 눈이 잘 안보이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이사 끝내고 이틀 정도 다시 훈련을 열심히 해서, 이사 전 시력까지는 만들어두었다. 다시 한번 확인했지만 꽤 잘보이는 안경을 24시간 끼는 게 아니라면 회복된 시력이 나빠지는 일은 많지 않다. 그러니까 과잉교정을 시킨다던가, 내 눈의 디옵터 수준보다 가까이에 있는 물건을 본다던가 하는 실수를 하지 않으면 유지하는 건 꽤 괜찮은 편이다. (내가 4.5를 끼고 책을 20센티에 두고 본다면 눈이 나빠지겠지만 4.5를 끼고 볼 수 있는 최대의 거리 40센티에서 항상 책을 보니까 나빠질 일이 없다.) 눈이 나빠졌다고 하더라도 한 2일, 3일만 훈련하면 3일 전의 수준으로 돌릴 수 있으니 움츠러 들지 않는다.
회복훈련을 멈추었으나 일주일에 한번은 축소경을 든다. 항상 4.5만 끼고 있으면 좋을텐데 5.5끼는 날이 꼭 일주일에 한번 이상 있다. 그러면 악화된 눈을 원상복구 하기 위해서 축소경을 활용한다. 회복(상승)을 쉬고 있다는 것이지, 현재의 시력 유지를 쉬고 있다는 말은 아니니까... ㅋㅋㅋ
난시에 대한 이야기
이사 직전에 난시가 거의 없어진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졌는데 그 때 경험한 내용이다.
난시가 있을 때는 뭔가 겹쳐보인다. 화살표 그림 뒤에 음영이 따라붙듯이, 사물 뒤에 그림자가 생기듯 그 사물 한겹이 더 따라붙는다. 난시의 놀라운 점은(?) 근시처럼 멀리 있는 사물이 안보이는 게 아니라 가까운 사물도 겹쳐보인다는 것이다.
길을 걷다가 멀리 있는 간판을 전혀 읽을 수 없는 건 근시 떄문이다. 그런데 가까이에 있는 간판을 읽을 수는 있으나 그 간판 글자가 두겹으로 보이는 건 난시이다. 난시가 어느 방향으로 축이 틀어졌는가에 따라 그 그림자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난시는 체감하기에 '글자'를 볼 때 훨씬 심하게 느껴진다. 나는 어떤 글자를 보든 항상 두겹으로 보였다. 그래도 가까이 있는 물건이면 진짜 글자와 뒤에 그림자를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글자가 나와 멀어져서 근시와 난시를 동시에 겪는 거리가 되면, 첫번째 겹이 진짜인지 두번째 겹이 진짜인지 내 스스로 맞출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난시가 생겼을 때 근시도수를 올리는 잘못된 경우도 나온다. 근시도수를 올리면 난시로 느꼈던 불편함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진다. 방금 말했듯이 멀리 있는 글자를 보면, 그러니까 근시와 난시를 동시에 겪어야 하면 정말로 글자가 안보인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도 뭔가 계속 겹쳐보이고 답답하니 '난시'라는 존재를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근시도수만 높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내가 원래 볼 수 있는 거리 안의 글자라면, '난시'의 경우는 애쓰고 눈을 찡그리면 그 글자를 읽을 수는 있다. 다만 항상 누가 따라다니는 것처럼 귀찮고 짜증이 난다. 또 글자가 살아움직이는 것처럼 울렁울렁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파도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며. 같은 폰트와 굵기로 쓰인 글인데 자음은 진하게 보이고 모음은 연하게 보이는 등 진하기가 균일하지 않다.
최근 몇년간 난시가 있는 상태로만 세상을 봤더니, 원래 맑은세상은 어떻게 보이는지 잊어버렸다. 그런데 지금은 알겠다. 난시가 없으면 '하나의 선이 정말 하나의 선으로 보인다.' 무언가가 하나의 점에서 오롯이 수렴되는 기분, 정말 좋다.
난시가 줄어드니 근시와 난시가 명확하게 구분이 된다. 정말로 멀리 있어서 내가 볼 수 없었던 것. 내가 볼 수 있는 거리 안에 있지만 겹쳐보이니 포기했었던 것.
난시가 좋아진다고 저절로 근시가 좋아지는 건 절대 아니다. 근시가 좋아진다고 난시가 좋아지는 것도 물론 아니고.
확실한 건 난시가 좋아지니 생활의 불편함이 줄었다는 것이다. 마치 근시가 개선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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