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디옵터의 심리적인 무게
몇개월 전부터 생각으로 갖고 있던 것인데 오늘에서야 글을 쓰게 되었다.
1디옵터가 가지는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는 성격에 따라 1디옵터, 0.5디옵터를 소중히 여기는 정도가 다르다는 의미이다. 완벽주의에 가까운 성격을 가질수록 또는 완벽을 추구해야 하는 일을 해야할수록 0.5디옵터도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다. 0.5디옵터도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내가 말하고 싶은 의미로 바꾸면 "조금 흐리게 보이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눈이라는 것도 근육처럼 컨디션에 따라, 관리해온 것에 따라 매일매일이 다르다. 그런데 며칠 눈을 혹사시키고, 눈이 잘 안보이게 되었다면 성격이 무딘 사람은 그냥 모르고 지나가거나, 그냥 흐린대로 살아가거나 할 것인데 예민하고 완벽주의인 사람은 때를 놓치지 않고 안경도수를 올린다. 조금의 흐림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답답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 결과 눈이 회복될 수 있는 가능성을 닫고 과잉교정의 악순환을 밟게 된다.
하지만 내가 오늘 말하고 싶은 '1디옵터의 심리적인 무게'라는 것은 사실 '성격'에 대한 것이 아니다. 이번 글의 주제는 '초고도근시'일수록 1디옵터의 무게를 가볍게 여긴다는 것이다.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디옵터라는 용어 자체의 문제이다. (물론 내 생각임^^^^)
초고도근시일수록 0.5디옵터를 우습게 안다.
초고도근시일수록, 눈이 나쁠수록 0.5디옵터를 우습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먼저 '디옵터와 시력 관계표'를 제시한다.
[출처:http://cafe.naver.com/sukchul67/6636]
[위 표는 팀구렁이가 작성한 게 아닙니다. 위 표의 저작권은 전적으로 자은한의원 양순철 원장에게 있습니다.]
첫번째 열은 제외하고, 두번째 열과 세번째 열을 함께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시력이 0.05인 사람 = 7.62 디옵터
시력이 0.1인 사람 = 3.81 디옵터
시력이 0.5인 사람은 = 0.76 디옵터
우리가 "너 시력이 어떻게 돼?" 하고 대화를 나눌 때
1. 응 나는 1.5야. (시력이 좋은 친구들) = 이 친구는 디옵터로 표현하면 0.25 디옵터임
2. 응 나는 0.6이야 (얇은 안경을 찾기 시작) = 이 친구는 0.64디옵터임
3. 응 나는 0.3이야 (안경 없이 생활 불가) = 이 친구는 1.27디옵터
4. 응 나는 0.07이야 (안경 없이 생명의 위협을 느낌) = 이 친구는 5.44디옵터
이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1디옵터라는 단위가 가지는 심리적인 무게가 정말 다르다는 것이다.
시력이 0.6인 사람이 내 안경 도수는 0.64디옵터야 라고 부르는 경우는 드물다. 소수점 영 쩜 얼마 디옵터라고 부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력검사표 0.3이하로밖에 읽을 수 없게 되면서, 이 때부터 안경은 1디옵터를 넘어가기 때문에 "내 안경은 2디옵터야, 2.5디옵터야" 부르기 시작한다. 그리다가 디옵터 단위에 익숙해지고 '4디옵터와 4.5디옵터의 차이'를 심각하지 않게 생각하게 된다.
0.5디옵터의 상대적인 차이
어제 내가 눈을 다쳐서, 오늘 갑자기 어제보다 0.5디옵터가 떨어졌다고 하자. 똑같이 0.5디옵터가 떨어졌지만 실제 시력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차이가 난다.
어제 시력이 1.5였던 사람이 ▶ 오늘 0.5가 되었을 때, 0.5디옵터가 떨어진 것이다.
어제 시력이 0.5였던 사람이 ▶ 오늘 0.3이 되었을 때, 0.5디옵터가 떨어진 것이다.
체감하기에 아주 다르지 않은가? 어제 0.5였던 사람이 오늘 0.3이 됐다는 것도 꽤 충격적이지만 어제 1.5를 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0.5밖에 못보게 되었다는 것은 엄청나게 충격이다. 그런데 이것이 둘 다 0.5디옵터가 떨어졌을때의 결과이다.
이번에는 1.5디옵터를 가정해보자. 어제 눈을 다쳐서 오늘 시력이 1.5디옵터 떨어졌다. (소수점 계산이라 이해가 더 어려울까봐 아주 대략적으로만 계산했다.)
어제 시력이 1.5였던 사람이 ▶ 오늘 0.3이 되었을 때, 1.5디옵터가 떨어진 것이다.
어제 시력이 0.9였던 사람이 ▶ 오늘 0.2가 되었을 때, 1.5디옵터가 떨어진 것이다.
어제 시력이 0.2였던 사람이 ▶ 오늘 0.1이 되었을 때도 1.5디옵터가 떨어진 것이다.
1.5디옵터는 1.5였던 사람이 0.3이 되는 엄청나게 큰 수치이지만 시력이 본래부터 나빴던, 시력 0.2의 사람이 0.1이 되는 수치이기도 하다.
겉으로 표현되는 숫자 때문에 1디옵터의 가치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시력 0.2가 0.1이 되었다니 그냥 그런가보다 생각이 들지 않은가? 반면 1.5가 갑자기 0.3이 되었다고 하니 충격적이지 않은가?
결론
위의 내용을 통해 1디옵터가 갖는 가치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눈이 좋은 사람 입장에서의 1디옵터와 눈이 나쁜 사람 입장에서의 1디옵터의 가치가 같아야함에도 불구하고 체감하기에 너무나 다른 것이다. 이를 그림으로 표현해보았다.
[파란색은 1디옵터만큼 구획한 것이다. 검은색 숫자는 사람이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거리(cm)를 적어둔 것이다.]
0디옵터에 수렴하는 정상안이 1디옵터가 떨어지면, 100cm이상 선명하게 보던 것을 50cm까지밖에 못보게 된다. 하지만 원래 눈이 2디옵터인 사람은 30cm까지 선명하게 보고 있었는데 1디옵터가 떨어졌을 때 23cm까지밖에 못보게 된다.
1디옵터의 심리적인 무게가 다른 이유는 '생활의 불편함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100cm이상을 볼 수 있던 사람이 50cm밖에 못보게 되면, 당장 거실에서 티비를 볼 수 있던 사람이 티비를 못보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는 '어차피 버린 몸(?)'이 된다. 내가 3디옵터이든 5디옵터이든 티비를 못 보는 건 매한가지이다. 이미 안경을 안 끼면 생활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안경을 이미 꼈으니 그 안경이 2디옵터든 4디옵터든 큰 상관이 없게 된다. 우리가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안경이 코에 얹혀있기 때문이지 안경도수가 높아서인 것은 아니다. 그러니 안경을 벗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안경도수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라식을 선택하는 이유도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안경을 끼느냐 or 벗느냐 두개의 선택지 중에서 안경을 벗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택지는 2개가 아니다. 안경을 벗느냐, 가끔 멀리있는 것 볼때만 끼느냐, 안경을 끼더라도 5디옵터라서 끼는 것과 2디옵터라서 끼는 것과 1디옵터라서 끼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만에 하나 결국 라식수술을 선택하게 되더라도 5디옵터라서 수술하는 것과 3디옵터라서 수술하는 것은 각막 절삭량부터 차이가 난다. 그러니 0.5디옵터도 중요하게 여기면서 습관을 바꾸고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글을 통해서 0.5디옵터가 겨우 숫자 0.5라는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작은 것이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모두 초고도근시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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