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어지러움에 대한 경험론
제목이 거창하지만 짧은 글입니다. 안경을 여러번 바꿔끼면서 겪었던 어지러움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고 나름대로 내리는 결론입니다. 안경 도수를 높여야만 어지러움을 느낄 것 같지만, 놀랍게도 안경도수를 낮춰도 어지러움을 느낍니다.
블로그 안에 일기가 몇개 있는데 거기에 썼던 내용 그대로입니다. 안경 도수가 높아졌을 때 너무 어지러웠고 어지러움이 3일 지속되면서 두통까지 생겼습니다. 반대로 안경 도수를 1.25디옵터 낮췄는데 그 때도 3일동안 두통을 느끼면서 안경이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그 때 일기는 안경점을 탓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른 안경점에서 맞췄을 때는 안그랬는데 이 안경점만 문제가 있다며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안경에 적응하고 그 안경점 탓을 한 게 미안해집니다. 전혀 어지러움이 없습니다.
1. 제가 갖고 있던 편견이 깨졌습니다. '안경 도수를 낮춰도 어지러움을 느낀다!'
이는 안경을 껴서 어지러운 것이 도수가 높아서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도수를 높이든 낮추든 어떤 큰 변화가 있으면 우리 눈이 적응할 기간을 갖는다는 말입니다. 그 적응의 과정에서 어지러움이 생깁니다. 우리 눈이 굉장하구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굉장히 가변적이고 잠재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높은 마이너스 디옵터 도수를 끼면 그만큼 눈의 디옵터를 높여서 밸런스를 맞춰주고, 또 안경이 없어지면 없어진대로 눈의 디옵터를 낮춰서 밸런스를 맞춰줍니다.
2. 또 한가지 편견이 깨진 것은 '안경을 하루에 여러번 바꿔껴도 어지러움이 없다.'는 것입니다. 도수가 다른 안경을 1시간에 한번씩 바꿔끼는 것은 어지러움이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몇시간동안 한 안경을 끼고 있다가 다른 안경으로 바꾸면 어지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길지 않습니다. 십분이면 어지러움이 가라앉습니다. 반면 며칠 내내 끼고 있다가 다른 안경으로 바꿨을 때 두통이 생길 정도의 어지러움을 느낍니다. 꽤 오래갑니다. 제 경험상, 같은 안경을 3일 이상 끼고 나면 눈이 굉장히 그 안경에 맞춰진 상태가 되는 듯합니다. 3일이 넘어서 다른 안경으로 바꾸면 어지러움을 오랫동안 느끼기 때문입니다.
3. 여기서 세번째 편견을 깹니다. 어렸을 때 '안경을 꼈다가 벗었다가 하면 눈이 더 나빠진다'고 교육받았습니다. 저는 충실한 어린이여서 안경을 벗은 적이 없었고 지금 초고도근시이죠. 하지만 위 2번 경험을 바탕으로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는 틀린 이야기입니다. 굉장히 시력이 좋았던 사람도 도수가 들어간 안경을 3일 이상 끼면 (며칠 동안은 어지러움에 몸부림 치겠지만) 결국은 그 도수 안경에 적응을 합니다. 우리 눈의 능력이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에게 더 높은 도수의 안경을 주면 (또 며칠 동안 어지러움에 고통받겠지만) 결국은 적응할 겁니다. 어지러움을 느끼지 않게 되겠죠. 우리 눈은 어떤 상황에도 맞춰주고 적응을 해줍니다.
결국 가장 무서운 것은 우리 눈이 어떤 한 안경에 적응해버려 어지러움도 느끼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 눈은 원래 가변적입니다. 가변적인 게 건강한 눈이죠. 멀리있는 것도 보고 가까이 있는 것도 볼 줄 아는 게 우리 눈입니다. 그런데 한 안경 도수에 적응한다는 것은 그 가변적일 수 있는 범위를 좁히는 일입니다. 차라리 안경을 끼더라도 안경을 끼기도 하고 벗기도 하고 필요할 땐 높은 도수(여기서 높은 도수라는 것은 낄 필요도 없는 아주 높은 도수를 말하는 게 아니라, 안경점에서 보통 맞춰주는~ 1.0시력표를 읽기 위해 맞춰주는 안경을 의미한다.) 도 꼈다가 멀리 있는것까지 볼 필요없을 땐 낮은 도수(시력표 0.3정보만 보이도록 맞춘 안경)도 꼈다가 하면서, 어느 한 도수에 내 눈이 적응하지 않게 두는 게 낫습니다.
어릴 때 안경 꼈다가 벗었다가 하면 눈 더 나빠진다고 못 벗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말 안듣는 몇몇 친구들, 학교 수업시간에만 안경을 끼고 평소엔 벗고 했었습니다. 그 친구들 저보다 훨씬 눈 좋습니다. 안경을 꼈다가 벗었다가 하면 눈이 더 나빠진다는 말은 내가 멀리를 봤다가 가까운 것을 봤다가 하면 눈이 더 나빠진다는 말과 같습니다.
만약 어지러움이 왜 생기는지 궁금해서, 어지러움을 없애고 싶어서 이 글을 클릭한 분이 있다면... 이렇게 정리해드리고 싶습니다. 안경을 맞췄을 때 며칠 동안 어지러움을 느끼는 이유는 눈이 이 안경에 맞춰주려고 타협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어지러움을 없애고 싶다면 며칠동안 그 안경을 열심히 껴서 그 안경도수에 적응하든지, 어지러움을 느낄 새도 없이 막 가변적으로 눈을 쓰든지 하면 되겠습니다. 1시간에 한번씩 바꿔끼기?
만약 안경을 끼고 멀리보는 것은 견딜 만한데 가까운 것을 볼 때 더 어지럽다고 느끼신다면. 그 안경도수가 일상생활용으로 쓰기에 도수가 높은 것입니다. 목표하는 곳을 정하세요. 내 집 안에서 쓸 용도라면 안경을 끼고 0.5정도만 보이면 됩니다. 집 밖에서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다 알아봐야 한다, 학생이라서 멀리 있는 칠판을 봐야한다는 목표라면 0.9정도까지 보이게 안경을 맞추세요.
어쨌든 건강한 눈이 되려면 눈을 한 도수 안경에 고정시키지 마십시오. 저만 초고도근시 하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제 실패를 밟고 건강한 눈으로 남으세요. 물론 저도 시력을 회복해서 고도근시로 올라설겁니다. ㅋㅋㅋ초고도근시 하기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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